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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8
<콘스탄티노플의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작가: 미상(Anonimo)
연대: 제작 연대 미상
소장: 러시아 세르기예프포사트, 삼위일체 대성당(Cathedral of the Holy Trinity, Sergiyev Posad)
기법·시대: 목판에 템페라, 러시아 정교회 이콘·비잔틴 전통
유형: 성인 전신 이콘·주교 및 교회학자 도상
성화특징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황금빛 바탕을 배경으로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인 채 서 있는 주교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높은 이마와 뒤로 물러난 머리선, 짧은 머리카락과 수염, 가늘고 긴 얼굴은 동방 교회의 이콘에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를 식별하는 대표적인 용모입니다. 머리 둘레에는 금빛 후광이 희미하게 남아 있어 성인의 거룩함을 드러냅니다.
성인은 흰색 바탕에 큰 십자가가 표시된 오모포리온(omophorion)을 어깨에 두르고 있습니다. 그 아래의 주교 제의는 짙은 청록색 바탕에 원형 십자가 무늬가 반복되고, 가장자리에는 붉은색과 보석 모양의 세밀한 장식이 이어집니다. 오모포리온은 동방 교회 주교의 대표적인 전례복으로서 양 떼를 어깨에 메고 돌보는 그리스도와 주교의 목자적 직무를 상징합니다.
성인은 한손으로 붉은 갈색 표지의 책을 가슴에 품고, 다른손으로 책의 아래쪽을 받치고 있습니다. 책이 펼쳐져 있지 않고 닫힌 상태라는 점이 앞서 본 노브고로드 화파의 이콘과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이 책은 복음서 또는 성경을 토대로 한 성인의 가르침을 상징하며, 수많은 성경 강론과 신학적 저술을 남긴 교회학자 성 요한의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나타냅니다.
성인의 머리와 상체가 한쪽으로 부드럽게 기울어지고 두 손이 책을 감싸듯 모여 있어 전체적인 인상은 매우 절제되고 경건합니다. 황금 배경은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나타내지 않고 천상의 영광을 상징하며, 화려한 주교 제의와 단순한 배경의 대비를 통해 성인의 전례적·영적 권위에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목판의 이음선과 표면의 마모, 안료 손실도 그대로 남아 있어 작품이 지나온 오랜 세월을 보여줍니다.
성화해설
이 작품은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를 설교하는 웅변가나 집필 중인 학자로 묘사하지 않고, 복음서를 가슴에 품은 동방 교회의 주교로 제시합니다. 화려한 주교 제의와 오모포리온은 콘스탄티노플의 목자로서 지녔던 교회적 직무를, 품에 안은 책은 그의 삶과 가르침의 중심이었던 하느님의 말씀을 나타냅니다.
특히 책을 가슴 가까이에 품고 있는 자세가 이 작품의 중요한 묵상 요소입니다. 성 요한은 뛰어난 언변 때문에 ‘금구(金口)’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이 이콘은 그의 입이나 설교 동작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말씀을 몸 가까이에 간직한 모습을 통해 그의 뛰어난 설교가 먼저 성경을 받아들이고 깊이 묵상한 데서 비롯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몸과 머리를 약간 숙인 모습 역시 높은 교회적 지위를 과시하기보다 말씀 앞에 자신을 낮춘 목자의 모습을 느끼게 합니다. 화려한 제의와 황금 배경이 성인의 권위를 나타내는 동시에, 조용한 얼굴과 책을 감싸는 두 손은 그 권위의 근원이 개인의 지위가 아니라 그가 평생 섬기고 선포했던 복음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이콘은 ‘말씀을 품은 주교’라는 간결한 형상을 통해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의 교부적·사목적 정체성을 깊이 있게 드러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