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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8
<교황 성 고르넬리오>
작가: 미상(Anonimo)
연대: 19세기 후반
소장: 이탈리아 트렌토 시립도서관(Biblioteca comunale di Trento, Trento, Italy)
기법·시대: 채색 인쇄 삽화, 19세기 교황 초상집
유형: 성인 흉상 초상·교황 순교자 도상
성화특징
성 고르넬리오는 타원형의 장식 틀 안에 가슴 위까지 보이는 흉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회백색 머리와 긴 수염을 지닌 노년의 모습이며, 몸은 약간 비스듬히 향하면서 얼굴은 관람자 쪽을 바라보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머리 둘레에는 가느다란 원형 후광이 그려져 있어 성인임을 나타냅니다. 교황관이나 교황 십자가와 같은 화려한 표지는 생략되고, 갈색 의복 위에 짙은 청색 외투를 걸친 비교적 소박한 모습입니다.
화면 상단에는 로마 숫자 “XXII”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는 성 고르넬리오를 역대 로마 교황의 계보 안에서 제21대 교황으로 보는 오늘날의 일반적인 번호와 차이가 있는데, 이 이미지가 수록된 옛 교황 초상집의 자체적인 교황 번호 체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 숫자는 성인의 생애 연도나 축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출판물에서 부여한 교황 계승 순번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화면 아래 명패에는 “S. CORNELIUS. M.”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S.”는 Sanctus(성인), “Cornelius”는 고르넬리오, “M.”은 Martyr(순교자)를 뜻하므로, 전체적으로 ‘순교자 성 고르넬리오’라는 의미입니다. 이 명문은 화려한 교황 도상이 없는 이 초상에서 인물의 신원을 확실하게 밝혀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성 고르넬리오의 대표적인 개인 상징인 뿔(cornu)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앞서 살펴본 성화들에서 뿔·교황관·교황 십자가가 성인을 식별하는 주요 도상으로 사용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절제된 표현입니다. 타원형 초상 틀과 상하의 장식 문양, 균일한 회색 바탕은 독립적인 제단화보다는 여러 교황의 초상을 동일한 형식으로 배열한 전기·초상집 삽화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성화해설
이 이미지는 『성 베드로부터 레오 13세까지 로마 교황들의 초상과 전기』(Portraits and Biographies of the Roman Pontiffs from St. Peter to Leo XIII)에 수록된 성 고르넬리오의 초상으로, 특정한 사건이나 순교 장면을 묘사하기보다 역대 교황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그의 모습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성인화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상징이나 서사적 배경을 제거하고, 얼굴과 인물의 품위에 집중하는 전기적 초상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래의 “M.” 표기는 이 단순한 초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성 고르넬리오는 데키우스 황제의 박해 이후 배교했던 신자들의 교회 복귀를 허용하는 화해 정책을 펼쳤고, 노바티아누스의 극단적인 엄격주의에 맞서 교회의 용서와 화해의 권한을 옹호하였습니다. 이후 갈루스 황제의 박해 때 유배되어 고난을 겪은 끝에 생을 마쳤으며 교회는 그를 순교자로 공경합니다. 작품은 이러한 사건들을 직접 묘사하지 않고 “S. CORNELIUS. M.”이라는 짧은 명문을 통해 그의 성인·순교자 신분을 압축하여 전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뿔을 든 성 고르넬리오의 전통적인 신심 성화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개인 상징보다 교황들의 역사적 계보와 초상 자체를 강조한 자료로서, 19세기 가톨릭 출판물에서 초기 교회의 교황이자 순교자인 성 고르넬리오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기억하고 제시했는지를 보여주는 초상형 성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