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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11
<성 안토니오 수도원장과 교황 성 고르넬리오와 성 치프리아노>
작가: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
연대: 1562년경
소장: 이탈리아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Pinacoteca di Brera, Milano, Italy)
기법·시대: 캔버스에 유채, 16세기 베네치아 르네상스
유형: 성인 군상·교황 성인·주교 성인 도상
성화특징
화면 중앙 높은 자리에 흰색 주교관을 쓰고 긴 흰 수염을 기른 성 안토니오 수도원장이 앉아 있으며, 그 아래 양쪽에 교황 성 고르넬리오와 카르타고의 성 치프리아노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세 성인을 실제 역사적 만남의 장면처럼 묘사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의 성인들을 한 공간에 모아 공경하는 ‘성스러운 대화(Sacra Conversazione)’ 형식의 성인 군상화입니다.
중앙의 성 안토니오는 화려한 녹색과 금색 문양의 망토를 두르고 위엄 있게 앉아 있습니다. 그의 곁에 놓인 종은 수도생활과 성 안토니오를 식별하는 전통적인 상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베로네세는 은수자의 검소한 삶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 성인을 웅장한 건축 공간과 값비싼 직물 속에 배치하여 천상적 존엄성과 성인으로서의 권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왼쪽 아래의 성직자는 금빛 전례복을 입고 커다란 검은 책을 펼쳐 들고 있습니다. 이 인물이 카르타고의 주교 성 치프리아노이며, 책은 주교이자 신학자·교회 저술가로서 그의 가르침을 나타냅니다. 오른쪽의 성인은 화려한 붉은색과 금색 전례복을 입고 목장을 지닌 교황 성 고르넬리오입니다. 그의 오른손에는 굽은 뿔이 들려 있는데, 이는 Cornelius라는 이름과 라틴어 cornu(뿔)의 언어적 연관성에서 비롯된 성 고르넬리오의 대표적인 개인 상징입니다. 따라서 이 작은 뿔이 화려한 성직자 군상 가운데 고르넬리오를 식별하는 핵심 표지가 됩니다.
화면 전면에는 당시의 화려한 복장을 한 젊은 남성이 무릎을 꿇고 검은 책을 받쳐 들고 있으며, 왼쪽 가장자리에도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성인과 구별되는 동시대 인물들로 표현되어 작품의 봉헌적 성격을 강화합니다. 대리석 기둥과 벽면, 금빛 직물, 붉은색과 녹색의 강렬한 대비, 인물들의 장엄한 배치는 베로네세 특유의 베네치아 르네상스 회화 양식을 잘 보여줍니다.
성화해설
이 작품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성 고르넬리오와 성 치프리아노가 함께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두 성인은 3세기 교회의 박해와 분열이라는 위기 속에서 긴밀하게 협력하였습니다. 데키우스 황제의 박해 때 배교했던 신자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두고 노바티아누스가 극단적인 엄격주의를 주장하자, 고르넬리오 교황과 치프리아노 주교는 진정으로 회개하고 합당한 보속을 행한 이들을 다시 교회 공동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함께 옹호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유대 때문에 가톨릭교회는 두 성인을 같은 날인 9월 16일에 함께 기념합니다.
따라서 오른쪽 성 고르넬리오가 들고 있는 뿔은 단순히 그의 이름을 알려주는 도상적 장치이고, 작품의 더 깊은 의미는 고르넬리오와 치프리아노를 한 화면에 나란히 배치한 데 있습니다. 중앙의 수도생활의 아버지 성 안토니오, 교회의 일치와 화해를 지킨 교황 성 고르넬리오, 신학자이자 순교 주교인 성 치프리아노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수도적 성덕과 교회의 권위, 신앙의 가르침과 순교의 증언을 하나의 장엄한 성인 군상 안에 결합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