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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4
<성 유진길 아우구스티노와 성 유대철 베드로 부자(父子)>
작가: 김옥덕(Ok-deok Kim)
연대: 현대
소장: 미상
기법·시대: 삼베에 아크릴, 현대 한국 종교화
유형: 한국 순교 성인 부자(父子) 이중 초상
성화특징
화면에는 기해박해의 순교자인 성 유진길 아우구스티노와 그의 아들 성 유대철 베드로가 서로 밀착된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버지가 화면의 왼쪽과 뒤편을 크게 차지하고 어린 아들이 그의 품에 기대듯 앞쪽에 자리하여, 두 성인의 관계가 단순한 병렬적 초상이 아니라 부자간의 깊은 유대로 드러납니다.
유진길 아우구스티노는 흰색 한복과 검은 갓을 쓴 모습이며, 눈을 아래로 낮춘 채 엄숙하고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유대철 베드로 역시 조선 시대 소년의 복식을 하고 있으며, 고개를 약간 숙이고 두 눈을 감은 듯한 모습으로 아버지에게 몸을 기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팔은 아들의 어깨를 감싸는 듯 이어져 있어 보호와 사랑의 정서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두 사람의 가슴 부근에는 붉은색의 작은 십자가 형태가 각각 표현되어 있습니다. 화면의 거친 붓질 속에서 이 붉은 표식은 두 인물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함께 받아들인 순교자임을 암시하는 상징적 요소로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물건으로서의 십자가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으로 강조된 십자가 형상의 표식에 가깝습니다.
두 인물의 머리 뒤에는 전통적인 원형 후광 대신 노랑·주황·흰색의 강렬한 빛이 방사형으로 퍼져 나갑니다. 거칠고 두터운 붓질과 삼베 바탕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화면은 사실적인 초상보다는 두 순교자의 내면과 영적인 결속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며, 따뜻한 빛과 인물 주변의 어두운 색채가 강한 대비를 이룹니다.
성화해설
김옥덕은 이 작품에서 성 유진길 아우구스티노와 성 유대철 베드로를 역사적 인물의 사실적인 초상으로 재현하기보다, 순교를 함께 받아들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아들이 아버지의 품에 안기듯 밀착된 구도는 혈연으로 맺어진 부자 관계와 그리스도에 대한 동일한 신앙으로 맺어진 영적인 관계를 한 화면 안에 겹쳐 보여줍니다.
작품에서 두 사람은 실제로 함께 처형되는 장면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유진길 아우구스티노는 1839년 9월 22일 서소문 밖에서 순교했고, 유대철 베드로는 그보다 뒤인 10월 31일 포도청 옥중에서 순교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장면은 역사적 순간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때와 장소에서 같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부자 순교자를 상징적으로 하나의 장면에 결합한 성화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두 인물 뒤에서 폭발하듯 퍼지는 밝은 빛은 이 작품의 핵심적인 표현입니다. 전통적인 금빛 원광을 현대적인 붓질과 색채로 변형하여, 순교의 어둠을 넘어선 천상 영광과 부활의 희망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가슴에 보이는 붉은 십자가 형상 역시 부자가 각자의 삶에서 동일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받아들였다는 의미를 강화합니다.
거친 삼베의 질감과 자유로운 붓질, 한국 전통 복식과 현대적인 빛의 표현이 결합된 이 작품은 순교의 참혹함을 직접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서로 의지하는 듯한 모습을 통해 한 가정 안에서 이어진 신앙과 사랑,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을 같은 순교의 영광으로 이끈 신앙적 결속을 따뜻하면서도 힘 있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