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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5
<유대철 베드로의 신앙>
작가: 조희성 베드로(Hee-sung Cho, Peter)
연대: 2001년
소장: 미상
기법·시대: 한지에 수묵, 현대 한국 종교화
유형: 성인 순교 일화 장면(고문과 신앙 증언)
성화특징
화면 왼쪽에는 어린 유대철 베드로가 두 눈을 감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서 있으며, 오른쪽에는 그를 심문하는 관원과 형리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한 형리는 긴 집게로 뜨겁게 달군 숯덩이를 집어 유대철의 입 가까이 가져가고 있습니다. 유대철은 이를 피하거나 물러서기보다 스스로 입을 벌리고 있어, 배교를 강요하는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던 일화를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오른쪽 아래에는 숯불을 담은 화로와 쇠집게 등의 도구가 놓여 있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반면 유대철은 어린 소년임에도 공포에 질려 도망치는 모습이 아니라 담담하게 고통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벌린 입과 감은 눈, 앞으로 내민 손의 동작이 장면의 긴장감을 높이면서 그의 결연한 신앙을 강조합니다.
화면 위쪽에는 “유대철(베드로) 성인이여! 오늘 천상의 품좌에서 우리의 불천앙을 불쌍히 보시고 온 교회의 자손과 주님께 열정을 기도 올려 주소서!”라는 내용의 붓글씨가 화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림과 서예를 하나의 화면에 결합한 구성과 자유로운 먹선, 옅은 담채는 한국 전통 수묵 인물화의 특징을 살리면서 순교자의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전달합니다.
성화해설
이 작품은 성 유대철 베드로가 포도청에서 고문받을 당시 전해지는 유명한 일화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포졸이 시뻘겋게 달군 숯덩이를 그의 입에 넣을 것처럼 위협하며 입을 벌리라고 하자, 유대철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자요”라고 말하며 크게 입을 벌렸고, 오히려 포졸들이 그 모습에 놀라 물러났다고 전해집니다. 화가는 바로 이 순간을 화면의 중심 장면으로 선택하였습니다.
특히 뜨거운 숯을 든 집게와 어린 소년의 벌린 입을 서로 마주 보게 한 구도가 강한 긴장감을 만듭니다. 그러나 작품의 중심은 고문의 잔혹함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유대철의 감은 눈과 흔들림 없는 자세를 통해 육체적인 공포보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더 컸던 어린 순교자의 내적인 용기를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한지와 수묵이라는 전통적인 재료와 표현법도 작품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서양식 순교 성화의 극적인 사실주의 대신 간결한 먹선과 여백, 붓글씨를 활용하여 한국 순교사의 한 장면을 마치 역사적 기록화처럼 전달합니다. 동시에 화면에 기도문을 함께 넣음으로써 과거의 순교 사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성 유대철 베드로의 전구를 청하는 신앙적 이미지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성화에서 어린 유대철의 용기는 육체적인 강인함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뜨거운 숯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작은 소년의 모습 자체가 신앙의 증언이 되며, 그의 순교가 단순히 고통을 견딘 사건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버리지 않겠다는 분명한 선택이었음을 인상적으로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