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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1
<성 홍영주 바오로>
작가: 심순화 카타리나(Sim Soon-hwa, Catharina)
연대: 2010년
소장: 미상
기법·시대: 현대 한국 성화, 이콘적 표현과 한국적 채색화
유형: 성인 초상(한국 순교 성인 도상)
성화특징
화면 중앙에는 성 홍영주 바오로가 흰색의 조선 시대 전통 복식을 입고 서 있습니다. 머리에는 검은색 망건과 상투가 표현되어 있으며, 얼굴에는 수염이 짧게 그려져 있습니다. 머리 뒤의 넓은 금빛 원광은 그가 순교를 통해 성인의 영광에 들었음을 분명하게 나타냅니다.
성인은 한 품에는 검은색 책을 소중히 안고 있는데, 표지에는 ‘성경’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는 그가 교회 회장으로서 신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신앙을 전했던 평신도 지도자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다른 쪽에는 길고 푸른 종려나무 가지가 세워져 있어 순교와 신앙의 승리를 나타냅니다. 성경과 종려가지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그의 삶에서 ‘신앙을 가르친 회장’과 ‘신앙을 위해 죽은 순교자’라는 두 측면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성인의 앞쪽에는 작은 검은 함 또는 받침이 있으며 그 위에 흰색의 작은 물체가 놓여 있고, 성인은 가느다란 도구를 그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화면만으로 이 물체와 도구의 정확한 성격을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단순한 장식이라기보다 그의 신앙생활이나 봉사와 관련된 의미를 담은 소품으로 보입니다. 허리 아래로 길게 늘어진 짙은 갈색 끈 역시 묵주인지 복식의 장식인지 화면만으로는 명확하지 않으므로 특정한 종교적 상징으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적절합니다.
배경 전체에는 황금빛이 넓게 펼쳐져 있고, 왼쪽 위에는 작은 십자가가 빛 속에 나타납니다. 오른쪽에는 전통 건축물의 일부와 흰 꽃들이, 왼쪽 아래에는 낮은 산과 길, 작은 십자가가 보이는 풍경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실적인 공간보다는 여러 상징적 요소를 한 화면에 결합하여 성인의 생애와 순교, 천상 영광을 표현한 구성입니다.
성화해설
심순화 카타리나는 성 홍영주 바오로를 순교 당시의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표현하지 않고, 성경과 종려나무 가지를 품은 평온한 한국인 평신도 성인의 모습으로 형상화하였습니다. 흰 한복과 상투, 한국적인 산과 건축물에 이콘을 연상시키는 황금빛 배경과 원광을 결합하여 한국 순교 성인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성경’이라고 쓰인 책은 이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홍영주 바오로는 형 홍병주 베드로와 함께 지방 교회의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신자들을 가르치고, 약한 교우들을 격려하며, 병자를 돌보고 자선 활동에도 힘썼습니다. 따라서 성경은 단순히 개인적인 신심을 나타내는 책이라기보다 말씀을 배우고 전하며 공동체를 이끌었던 그의 평신도 사도직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경 곁의 종려나무 가지는 그러한 일상적인 신앙의 봉사가 결국 순교로 완성되었음을 나타냅니다. 그는 기해박해 때 선교사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교회를 도왔으며, 체포된 뒤에도 배교와 다른 신자들의 고발을 거부하다 1840년 2월 1일 당고개에서 참수되었습니다. 화가는 참수 장면이나 칼과 같은 직접적인 고통의 도상보다 종려가지를 선택함으로써 죽음 자체보다 순교를 통한 신앙의 승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황금빛과 성인 뒤의 원광도 이러한 의미를 강화합니다. 어두운 박해의 현실을 재현하기보다 순교 이후의 영광이라는 관점에서 성인의 삶을 바라보게 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홍영주 바오로를 ‘순교한 사람’으로만 제시하지 않고, 말씀을 가르치고 공동체를 돌보며 자신의 신앙을 일상에서 실천하다 마지막에는 생명까지 내어놓은 평신도 지도자로 기억하게 하는 성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