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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19
<성 고스마와 성 다미아노와 세 형제의 순교>
작가: 작자 미상(Unknown)
연대: 15세기 후반경
소장: 미국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
기법·시대: 목판에 채색, 15세기 후기 고딕
유형: 성인 순교 장면, 성 고스마와 성 다미아노 및 형제들의 참수 도상
성화특징
이 작품은 성 고스마와 성 다미아노뿐 아니라 전승에서 함께 순교했다고 전해지는 세 형제 성 안티모(Anthimus), 성 레온시오(Leontius), 성 에우프레피오(Euprepius)의 순교를 한 장면에 묘사하고 있습니다. 화면에는 모두 다섯 명의 순교자가 등장하며, 이 가운데 네 명은 아직 살아서 참수를 기다리고 있고, 오른쪽 아래에는 이미 참수된 한 사람의 몸과 머리가 보입니다. 이 때문에 두 성인만을 묘사한 일반적인 순교화와 달리 다섯 형제가 함께 처형되었다는 옛 전승을 매우 직접적으로 보여 줍니다.
화면 앞쪽의 화려한 금빛·붉은색 의복을 입은 인물은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어 참수를 기다립니다. 그의 머리 뒤에는 금빛 후광이 있으며, 얼굴에는 공포나 저항보다는 체념과 기도가 강조되어 있습니다. 오른쪽의 집행인은 한 손을 순교자의 머리 위에 대고 다른 손으로 긴 칼을 높이 치켜들어 곧 내려칠 순간을 보여 줍니다. 아직 칼이 내려오지 않은 찰나를 포착함으로써 화면에 강한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그 뒤에는 세 명의 성인이 차례로 무릎을 꿇거나 서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습니다. 모두 금빛 후광을 지니고 있으며, 붉은색·검은색·녹색 등 서로 다른 의복을 입었지만 동일한 기도 자세를 통해 하나의 순교자 집단으로 묶여 있습니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먼저 처형된 형제의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땅에 놓여 있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고합니다. 따라서 그림은 ‘이미 이루어진 참수’와 ‘곧 이루어질 참수’를 동시에 보여 주는 서사적 구성을 취합니다.
배경은 성벽과 문, 멀리 보이는 성과 산, 나무가 있는 넓은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순교가 실내가 아니라 성 밖의 처형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구성입니다. 인물들의 화려한 후기 중세 복식과 집행인의 붉은 상의·푸른 바지는 성인들이 실제로 살았던 3세기의 복식이라기보다 작품이 제작된 당시 유럽의 복식에 가깝습니다. 화가는 고대의 사건을 당대 관람자가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모습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성화해설
전승에 따르면 성 고스마와 성 다미아노는 아라비아 출신의 형제 의사로,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받지 않고 의술을 베풀며 그리스도교 신앙을 전했습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킬리키아의 집정관 리시아스(Lysias)에게 체포되어 배교를 강요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였고, 여러 형벌에도 살아남은 뒤 마침내 참수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옛 전승에서는 이때 성 안티모, 성 레온시오, 성 에우프레피오 세 형제 역시 함께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이 성화는 바로 이 ‘다섯 형제의 순교’라는 전승을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앞서 살펴본 성화들에서 성 고스마와 성 다미아노가 약병과 의료 도구를 들거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성인’으로 나타났다면, 여기서는 그러한 직업적 상징이 완전히 사라지고 죽음을 앞에서도 신앙을 버리지 않는 ‘순교자’라는 정체성이 중심에 놓입니다.
특히 다섯 사람을 한꺼번에 처형하는 순간을 단순하게 나열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화면 안에 담았습니다. 한 사람은 이미 참수되어 있고, 한 사람은 집행인의 칼 아래 무릎을 꿇었으며, 나머지 세 사람은 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기도합니다. 관람자의 시선은 바닥의 참수된 인물에서 집행인의 칼 아래 있는 성인으로, 다시 뒤에서 기도하는 성인들에게 이어집니다. 이를 통해 다섯 사람이 차례로 같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순교의 과정이 한 화면에서 전개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순교자들의 태도입니다. 집행인의 칼과 이미 잘린 머리가 죽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지만, 성인들은 도망치거나 저항하지 않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합니다. 따라서 작품의 중심은 참수라는 폭력 자체보다 죽음을 앞두고도 유지되는 신앙에 있습니다. 생전에는 병자의 생명을 돌보았던 성 고스마와 성 다미아노가 마지막에는 자신의 생명까지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 성화는 두 성인의 ‘치유의 봉사’와 ‘순교의 증언’ 가운데 후자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