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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사진
작품 1
<성녀 유스타(Santa Justa)>
작가: 후안 시몬 구티에레스(Juan Simón Gutiérrez)
연대: 1700년경
소장: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ACMA)
기법·시대: 유채, 캔버스, 17세기 말~18세기 초 스페인 바로크
유형: 성인 단독 초상(동정 순교자 도상)
성화특징
성녀 유스타는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신상에 가까운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얼굴을 살짝 돌려 위쪽을 바라보며 입술을 조금 벌린 표정에서는 고요한 기도와 천상을 향한 갈망이 느껴집니다. 머리는 뒤로 단정하게 묶고 붉은 리본을 장식하여, 초대교회 순교자의 역사적 복장보다는 화가가 살던 시대의 젊은 세비야 여성을 연상시키는 친근한 모습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성녀는 한손으로 길고 가느다란 종려나무 가지를 몸 앞에 세워 들고 있습니다. 종려나무는 박해와 죽음에도 신앙을 지킨 순교자에게 주어지는 승리의 상징입니다. 가지가 화면 아래에서 위로 길게 뻗어 성녀의 상승하는 시선과 연결되면서, 지상의 순교와 천상의 영광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어 줍니다.
다른손에는 작은 질그릇을 받쳐 들고 있으며, 몸 앞에는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붉은색 항아리도 함께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도자기들은 유스타가 동생 루피나와 함께 세비야에서 도자기를 만들어 판매했다는 전승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개인적 상징입니다. 매끈하게 장식된 귀중품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는 소박한 질그릇으로 표현했다는 점도 두 성녀의 평범한 생업을 강조합니다.
성녀는 황금빛이 감도는 노란색 옷을 입고 흰색 소매를 드러내며, 어깨와 허리 주변에는 분홍색과 짙은 적갈색 천이 풍성하게 둘러져 있습니다. 밝은 황색과 붉은색 계열이 따뜻한 조화를 이루고, 얼굴과 손의 밝은 피부색이 그 가운데 부드럽게 강조됩니다. 가슴의 작은 녹색 리본은 따뜻한 색채가 지배하는 화면에 절제된 색채적 변화를 더합니다.
배경에는 구체적인 건축물이나 순교 장면이 나타나지 않고 흐린 구름이 낀 넓은 하늘만 펼쳐집니다. 이러한 단순한 배경은 성녀의 얼굴과 종려나무, 도자기에 시선을 집중시키며, 아래의 현실적인 도자기에서 위를 향한 성녀의 시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상승감도 만들어 냅니다.
성화해설
후안 시몬 구티에레스는 17세기 후반 세비야에서 활동한 스페인 바로크 화가로,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Bartolomé Esteban Murillo)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화가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젊은 여성의 부드러운 얼굴, 따뜻한 색채, 자연스러운 자세와 온화한 종교적 정서에서 당시 세비야 종교회화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가는 유스타의 체포나 고문, 죽음 같은 극적인 순교 장면을 직접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름다운 젊은 여성에게 종려나무와 도자기라는 두 가지 핵심 상징을 부여하여 그녀의 삶 전체를 압축적으로 전달합니다. 종려나무가 순교자로서의 최종적인 승리를 나타낸다면, 도자기는 순교 이전의 평범한 삶과 그 삶 속에서 이루어진 신앙적 결단을 나타냅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도자기의 비중이 매우 큽니다. 커다란 항아리와 작은 그릇을 서로 다른 형태로 제시하여 유스타가 도자기와 깊이 관련된 성녀임을 즉각 알아볼 수 있게 했습니다. 유스타와 루피나 자매가 도자기를 만들어 판매하던 중 이교 축제와 관련된 요구를 거부하면서 박해를 받았다는 전승을 생각하면, 이 그릇들은 단순한 직업의 표지가 아니라 자신의 생업에서도 신앙을 타협하지 않았던 양심의 상징이 됩니다.
종려나무와 도자기의 배치도 의미가 있습니다. 묵직한 질그릇은 성녀의 몸 가까이 아래쪽에 자리하고, 가볍고 긴 종려나무 가지는 하늘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여기에 성녀의 시선까지 위쪽으로 향하면서 화면은 ‘일상의 삶과 노동-신앙의 선택-순교와 천상의 승리’로 이어지는 상징적인 상승 구조를 형성합니다.
성녀를 특별한 초자연적 존재처럼 묘사하지 않은 점도 주목됩니다. 화려한 후광이나 천사, 기적적인 사건 없이 젊은 여성의 모습 자체를 화면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이러한 인간적이고 친근한 표현은 성덕을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여주기보다, 평범한 사람의 일상적인 삶과 선택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합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는 성녀가 함께 지닌 ‘질그릇과 종려나무’의 대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질그릇은 평범한 노동과 지상의 삶을, 종려나무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감수한 순교와 천상의 영광을 상징합니다. 후안 시몬 구티에레스는 이 두 상징과 하늘을 향한 성녀의 고요한 시선을 결합하여, 평범한 도공이었던 유스타가 자신의 일상에서 지켜낸 신앙으로 순교 성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절제되고 품위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