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이탈리아 볼로냐, 산 페트로니오 대성당(Basilica di San Petronio)
기법·시대: 프레스코, 17세기 후반 이탈리아 바로크·볼로냐 화파
유형: 성모자 앞에 나타난 수호성인 주교, 천상 환시와 도시 봉헌 도상
성화특징
화면 아래에는 볼로냐의 수호성인 성 베드로니오가 화려한 주교 제의를 입고 앉아 있습니다. 흰 수염을 기른 노년의 성인은 한손으로 긴 목장을 잡고 다른손을 볼로냐의 도시 모형 위에 얹은 채 고개를 들어 천상의 성모자께 시선을 향합니다. 머리에는 주교관을 쓰지 않았으며, 주교관은 화면 한쪽에 내려놓아 성모자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성 베드로니오 앞의 도시 모형은 매우 구체적입니다. 볼로냐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이 하나의 도시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높이 솟은 탑들이 눈에 띕니다. 아래쪽의 어린 천사들이 도시를 떠받치고 있어, 베드로니오가 보호하는 볼로냐 자체가 천상에 봉헌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화면 위쪽에는 구름과 초승달 위에 성모와 아기 예수가 나타납니다. 성모는 푸른 망토를 넓게 두르고 아기 예수를 품고 있으며, 아기 예수는 한손을 들어 아래의 성 베드로니오를 향해 축복하는 듯한 자세를 취합니다. 성모 곁의 큰 천사는 불꽃처럼 표현된 물체를 들고 아래쪽을 향하며, 구름과 천사들이 지상의 공간과 천상의 영역을 연결합니다.
화면은 아래의 성 베드로니오와 볼로냐, 위의 성모자라는 뚜렷한 수직 구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황금빛 주교 제의와 붉은 직물, 성모의 밝은 청색 망토가 서로 강한 색채 대비를 이루며, 성 베드로니오의 위를 향한 시선이 자연스럽게 관람자의 눈을 성모자에게 이끌어 갑니다.
성화해설
이 프레스코는 마르칸토니오 프란체스키니와 루이지 콰이니가 1672년에 제작한 작품으로, 볼로냐의 수호성인 성 베드로니오를 성모자 앞에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두 화가는 17세기 후반 볼로냐에서 함께 작업하였으며, 인물과 건축적 공간을 결합하여 장엄하면서도 명료한 바로크적 종교 장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작품에서 성 베드로니오의 정체성을 가장 분명하게 나타내는 것은 그의 앞에 놓인 볼로냐입니다. 도시 모형은 단순히 성인을 식별하기 위한 지물에 머물지 않고 화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베드로니오는 한손을 그 위에 올려놓고 성모자를 바라봅니다. 따라서 이 장면은 성인이 자신이 보호하는 도시를 성모와 그리스도께 맡기고 그 보호를 청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모가 초승달 위에 앉아 있는 표현도 주목할 만합니다. 초승달은 묵시록의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둔 여인”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성모의 천상적 영광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의 도상 전통을 떠올리게 합니다. 성모의 품에 앉은 아기 예수가 아래의 성 베드로니오를 향해 축복하는 듯한 몸짓을 보이는 것은 성인의 기도와 도시의 봉헌이 그리스도께 받아들여지는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성 베드로니오가 주교관을 벗어 곁에 내려놓은 모습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화려한 제의와 목장은 그가 주교로서 지닌 권위를 나타내지만, 성모자 앞에서는 그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하늘을 우러러봅니다. 이 때문에 작품 속 베드로니오는 도시를 지배하는 인물이라기보다 볼로냐를 대신하여 하느님께 기도하는 목자이자 전구자로 나타납니다.
성 베드로니오 대성당이라는 장소까지 고려하면 이 도상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볼로냐 시민들은 자신의 도시를 성 베드로니오의 보호 아래 두었고, 작품은 다시 그 수호성인이 볼로냐를 성모와 그리스도께 맡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곧 ‘볼로냐 시민들-수호성인 베드로니오-성모자’로 이어지는 전구와 보호의 관계를 하나의 장면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성 베드로니오는 단순히 볼로냐를 상징하는 도시 모형을 든 수호성인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도시를 품고 하늘을 우러르며 그 도시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주교로 표현됩니다. 공동체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맡기고 끊임없이 그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성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