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중앙에는 정면을 바라보는 세라핌이 붉은색과 주황색의 강렬한 날개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형상은 조지프 에드워드 너트겐스가 1952년에 완성한 성녀 에텔드레다 성당의 대형 동쪽 창 상부에 배치된 구품천사 가운데 세라핌을 표현한 부분입니다.[1]
세라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꽃 같은 붉은 날개입니다. 선명한 적색과 주황색 유리를 중심으로 날개의 깃을 반복적으로 배열하고, 그 주변에는 청색·녹색·보라색을 배치하여 강렬한 색채 대비를 만들어 냅니다. 작가가 세라핌의 형상을 실제 불꽃과 같은 색채로 구성한 점은 ‘불타는 존재’라는 세라핌의 전통적인 의미를 시각적으로 떠올리게 합니다.
세라핌은 한손에 위로 곧게 뻗은 긴 검을 들고, 다른손에는 ‘ΣΕΡΑΦΙΜ’이라고 적힌 명판을 받쳐 들고 있습니다. ‘ΣΕΡΑΦΙΜ’은 그리스 문자로 ‘SERAPHIM(세라핌)’을 나타내므로, 이 형상이 특정한 이름을 가진 개별 천사가 아니라 세라핌이라는 천사의 품계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직접 알려줍니다.
얼굴 뒤에는 밝은 원형 후광이 놓여 있고, 세라핌은 정면을 응시하는 엄숙하고 고요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날개와 의복에서는 불길처럼 움직이는 역동성이 느껴지는 반면 얼굴은 움직임이 거의 없이 정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어, 뜨거운 불의 이미지와 천상 존재의 장엄한 평정이 서로 대비됩니다.
성화해설
이 작품은 독립된 세라핌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니라 성녀 에텔드레다 성당의 대형 동쪽 창 가운데 상부 트레이서리에 들어 있는 세부 도상입니다. 성당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동쪽 창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파괴된 스테인드글라스를 대신하여 조지프 에드워드 ‘에디’ 너트겐스가 제작했으며 1952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창의 중심에는 영광의 그리스도가 있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성녀 에텔드레다와 성녀 브리지다, 네 복음사가 등이 배치되며, 상부의 큰 트레이서리에는 구품천사 가운데 일부가 표현되어 있습니다.[1]
너트겐스는 이 거대한 동쪽 창에서 붉은색과 금색을 청색·녹색과 강하게 대비시켜 성당 제대 위 공간 전체에 빛과 색이 진동하는 듯한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 전문 자료에서도 이 작품은 너트겐스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며, 작가의 대담한 색채 구성과 종교적 상상력이 특히 잘 드러나는 작품으로 소개됩니다.[2]
이 세부에서 세라핌을 특징짓는 핵심은 무엇보다 ‘불’의 이미지입니다. 이사야서 6장에서는 세라핌이 하느님의 어좌 가까이에서 여섯 날개를 지니고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라고 찬미하는 천상 존재로 등장합니다. 작품은 그 성경 장면을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붉은 날개와 불꽃 같은 의복을 통해 하느님 가까이에서 그분을 찬미하는 세라핌의 뜨거운 성격을 하나의 독립된 형상으로 압축해 보여줍니다.
세라핌이 들고 있는 검은 화면에 권위와 긴장감을 더합니다. 그러나 확인된 작품 자료에서는 이 검에 특정한 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를 특정 성경 사건이나 세라핌만의 고유한 상징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붉은 날개, 후광, 정면을 향한 엄숙한 자세, 그리고 ‘ΣΕΡΑΦΙΜ’이라는 명문이 함께 작용하여 인간과 구별되는 강렬한 천상 존재의 모습을 만들어 냅니다.
이 작품에서 빛은 단순히 그림을 비추는 수단이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재료입니다. 성당의 실제 빛이 붉고 주황빛을 띤 유리를 통과하면 세라핌의 몸과 날개가 마치 안에서부터 타오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세라핌을 ‘하느님을 향한 불타는 사랑과 끊임없는 찬미’의 이미지로 묵상하게 하는 동시에, 스테인드글라스라는 재료의 특성을 통해 그 의미를 직접 빛으로 체험하게 하는 현대 종교미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1] https://www.stetheldreda.co.uk/projects-4/eddy-nuttgens-%26-charles-blakeman%3A-the-east-and-west-windows
[2] https://www.visitstainedglass.uk/location/catholic-church-of-st-etheldreda-london-ec1